델보 브리앙 3개월 사용 후기
내가 델보 브리앙을 사게 될 줄이야. 평소에는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백화점을 밥 먹듯이 드나들며 광소비를 하던 7월, 델보 매장을 지나는데 색깔이 시선을 딱 잡는 가방이 있는 것이었다. 그 후로도 약 2주간 여러 번 지나치면서도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점심 때 반주를 했던 날(...) 들어가서 보고 하루 고민 끝에 결국 지르고 말았다.
올해 가끔 밝은색 가방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5월에 샤넬 19백 라지를 베이지색으로 샀다가 환불 기간 내에 하자가 생겨서 환불받은 적이 있었다. 이 가방은 베이지 계열의 비종(vison) 색상인데, 흔한 베이지나 카멜이 아니라 약간 분홍기가 도는 묘한 베이지색이라 완전 꽂혀 버렸다...
정가는 2020년 7월 기준 생각보다 비싼 777만원이었지만 그나마 델보는 행사 제외 브랜드가 아니라서 백화점 카드 할인도 받고 35만원은 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다.
사기 전부터 버클이 여닫기 불편할 것 같았고 후기도 찾아보니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냥 구매 강행.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정말 불편하다. 일단 자석식이 아니라 실제로 걸어 닫는 버클이고, 가죽이 두께가 있다 보니 쉽게 구부러지지도 않아서 정말 힘껏 당겨서 구부려야 한다. 가죽에 자국이 생기는 건 둘째치고 그 부분에 손때 탈까 봐 제일 걱정... 그렇다고 버킨이나 켈리처럼 열고 다녀도 예쁜 스타일은 또 아닌 것 같다.
스트랩도 포함되어 있는데 위 사진에서 보이듯, 이것 또한 쉽게 끼우고 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고리가 작고 핸들 바로 옆에 있어서인지, 걸 때도 뻑뻑한 느낌이고 가방을 세워 두면 스트랩도 같이 서(?) 있게 되는 구조다. 끼우고 빼기가 좀 쉬우면 탑핸들 백으로도 들 텐데 귀찮아서 그냥 숄더로만 들게 된다.
브리앙도 소재가 여러 가지 있지만 박스카프 소재에는 만족한다. 광택이 돌고 단단한 소재인데, 손톱 따위에 긁히면 자국은 눈에 띄겠지... 만듦새도 에르메스까지는 몰라도 샤넬보다는 낫다. 샤넬은 솔직히 가죽 명가는 아니니까.
폰에 있는 사진을 찾아서 쓰다 보니 내부 사진이 없다... 내부는 당연하게도 사다리꼴이고, 안감도 베이지색 가죽이라서 백인백을 사서 넣었다. 나름 클래식 백이다 보니 델보 브리앙 MM에 맞는 제품이 나오더라. 각이 잡힌 가방이긴 해도 평소 소지품은 웬만큼 다 들어간다.
놀랍게도 베이지색 가방이 처음이었는데 사면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손이 많이 가서, 좀 불편해도 후회는 없다. 소위 명품 가방도 여러 브랜드에서 사 봤지만, 확실히 시즌 무관하게 늘 나오는 클래식 백이 질리지도 않고 오래 쓰는 듯하다. 브리앙도 그런 면에서 오래오래 잘 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