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5 후지야 1935

어쩌다 보니 이번 오사카 여행의 목적이 되어 버린 미슐랭 3성 레스토랑 후지야 1935.

두 달 전부터 예약을 받는데, 외국인은 호텔을 통해서 예약을 받는 모양이다. 직접 전화했더니 호텔 통해서 하라기에 인터컨티넨탈에 문의했더니 예약해 주었다. 당일 취소 시에 취소 수수료가 있어서, 미리 카드 정보를 호텔에 팩스로 보내야 했다... 제법 귀찮았음.

함께 가려 했던 고베의 미슐랭 3성 레스토랑 까 센또는 저녁에 1인 예약은 받지 않는다고. 한 달 반쯤 전에 전화했는데도 자리가 꽉 찼다고 했다. 담당자가 영어를 못 알아듣는 건 아닌데, 자꾸만 자기 얘기만 하는 게 좋은 인상은 못 받았다. 결국 여기는 예약 포기...

어쨌든 기대를 안고 간 후지야 1935. 결론은 미슐랭 3성은 이유가 있다는 거... 약 세 시간 식사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T_T

땅두릅(うど). 보이는 대로 알싸한 맛.

여기부터 세 가지는 동시에 나왔다. 요건 호타루 오징어 비스꼬초라고.

비스꼬초는 스페인어인데 케이크류를 의미하는 듯 ㅡㅡ; 왜 이런 이름일까... 아무튼 오징어 속에 진한 맛의 소가 들어 있었다.

기포가 많은 완두 빵.

집에서 찜통에 찌던 옛날 빵 맛. 소스도 진한 완두 맛이다.

영어로는 ancient cheese, 일본어로는 蘇(そ)라고 돼 있는데 정체가 무엇인지...

구글링 해 봐도 ancient cheese라는 치즈 종류가 있는 것 같진 않고, 그냥 오래 숙성한 치즈라는 뜻일까? 아무튼 치즈라기보다는 과자에 가까운 맛이었다. 딱 이 맛 나는 한국 과자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뭔지 기억이 안 남 T_T

소철 새싹(コゴミ)과 녹차 새잎.

지난번 라 싸브어의 두릅 베네도 그랬고, 알싸한 채소 튀김이 은근 맛있다 +_+

쥐노래미, 그린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수프.

새롭거나 놀라운 맛은 아니었지만 당근 맛있었다.

나무 상자를 두 개 가져다 줬는데, 하나는 빵 상자, 하나는 버터 상자.

빵 상자 아래에는 돌이 깔려 있어서 빵 온도를 유지해 준다. 온도 유지가 필요 없을 만큼 금방 먹어 버렸지만 ㅡㅡ;;

두 가지 버터.

털게와 누에콩.

아... 요건 맛이 기억이 안 나 ㅠㅠ

미지근한 토마토 수프와 모짜렐라 치즈.

꼭 계란처럼 생긴 치즈 안에 토마토 수프가 치즈 안에 들어 있었다. 한 입에 먹으라고 하기에 입에 넣으니 톡 터짐.

봄 양배추 소스를 곁들인 옥돔 구이.

양배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요건 좋았다. 안 남기고 다 먹음.

카펠리니, 참새우, 성게, 스냅 완두.

담백한 맛의 파스타.

메뉴에는 8주 숙성한 타지마 쇠고기와 강낭콩, 매실...

이라는데, 매실 맛이 났던가 가물하다 ㅡㅡ; 고베 규처럼 살살 녹지는 않지만 역시 나무랄 데가 없었던 듯.

핫사쿠 알갱이와 껍질 크림, 코코넛.

이게 진짜 황홀하게 맛있었다 T_T 알갱이 아래에 있는 게 코코넛 얼음. 핫사쿠는 후쿠오카에서 나는 감귤류 과일이라고...

봄꽃과 허브, 마스카르포네, 캐모마일 젤라또.

맛보다도 모양이 너무 예뻤던 기억.

에스프레소.

허니 케이크.

녹차 첫잎 젤리.

메뉴판 받아 와서 보니 jelly를 jerry로 표기했네 T_T 그때 봤으면 알려줬을 텐데...

아무튼 결론은 하나하나 실망스러운 메뉴가 하나도 없었다. 5잔 와인 페어링까지 했는데도 21,000엔!!!! 마지막에 나온 홈메이드 술이 너무 독해서 힘들긴 했지만... 아무튼 다음에 오사카 오면 꼭 또 오고 싶어지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