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6 청담동 밍글스
역시 벼르고 벼르던 밍글스. 두세 번쯤 예약을 시도했는데 만석이라 실패한 후에, 아예 추석 연휴 전부터 일찌감치 예약을 해 두었다.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청담돈가 건물 지하인데, 입구가 건물 옆쪽으로 있어서 몰랐던 듯.
내가 좋아하는 구석 자리로 준비해 두셨다. 와인 글라스는 역시 리델. 글라스 와인 화이트로 주문했더니 베르나르 보드리(Bernard Baudry)의 시농 블랑(Chinon Blanc)으로 주셨다. 슈냉 블랑 품종으로 만든 와인 같은데 꽤 마음에 들었다. 사진에 자꾸 파란 빛이 등장하는 건, 바로 앞의 와인 셀러 때문.
아뮈즈 부슈. 오른쪽부터 광어 세비체와 전복, 자몽, 오렌지 등을 곁들인 차가운 두부 수프. 수프는 농후한 듯 산뜻한 듯 복잡미묘한 맛이었다.
망고 퓌레, 전복 내장 소스, 연어 알, 트러플 파우더 등을 얹은 김 부각과 아구 간 샌드위치. 둘 다 완전 별미. 비슷한 콘셉트의 칩은 여기저기서 몇 번 먹어 봤는데, 이 김 부각이 단연 최고였다. 아구 간 샌드위치도 살살 녹는 것이 하나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잘은 몰라도 원래 비린내가 있는 재료일 듯한데, 비린내도 전혀 나지 않았다.
숯불 쭈꾸미를 곁들인 보리, 귀리, 흑미의 세 가지 곡물과 부라타 치즈 샐러드. 쭈꾸미의 매운 맛과 치즈의 고소한 맛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전반적으로 한식의 익숙한 맛을 새롭게 해석한 느낌.
메뉴판에서부터 만두 러버인 나를 기쁘게 한 라비올리와 콩소메.
색색의 채소를 걷어 내니 라비올리와 랑구스틴이... 토마토와 채소가 든 라비올리는 새롭고도 맛있었다. 채소와 제철 과일의 쌉싸름하고 산뜻한 콩소메도 최고.
뵈르 블랑(beurre blanc) 소스의 농어와 홍합, 버섯, 백김치. 백김치를 채 썰어 깔아서 아삭한 식감을 낸 것이 신의 한 수인 듯. 어쩌면 오늘 요리 중에 제일 만족도가 높다고 할 수 있을지도...
입가심용 라임과 라즈베리 소르베. 사진 찍기를 깜박하고 한 숟갈 떠 버렸다.
메인은 오첩 반상, 양, 한우, 오리 중 오리로 선택했다. 코스 기본 가격 90,000원에 메인 선택에 따라 가격이 추가되기도 하는데, 오리는 추가 10,000원. 껍질 아래의 지방을 제거해 담백한 오리 구이와 엔다이브, 자색고구마 퓌레와 블루베리 장아찌. 엔다이브는 처음 먹어 보는데 꼭 배추와 양파의 중간 같았다. 앞에서 너무 감탄해서 메인에서는 오히려 감흥은 덜했던 듯. 그리고 이번 라기올 나이프는 이상할 정도로 안 들었다...
드디어 디저트. 장 트리오와 퍼시몬 중 장 트리오를 선택했는데, 혼자라서 불쌍해 보였는지 퍼시몬을 서비스로 주셨다-ㅁ- 재료는 홍시와 타피오카, 사과, 곡물, 버터밀크 아이스크림, 미숫가루라고. 무진장 고소하다. 단풍잎 모양의 과자가 꿀맛.
장 트리오에 어울리는 숟가락.
밍글스의 시그니처 디저트, 장 트리오. 된장 크렘 브륄레와 간장 피칸, 고추장 곡물,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스키 폼. 완전 특이하긴 한데, 장 맛이 짜다 보니 깔끔하게 디저트로 식사를 마무리한다는 느낌이 별로 안 난다...
마지막 다과. 달걀 껍질에 든 오미자 식혜와 애플 바나나, 비트 인절미.
커피는 프릳츠 커피를 쓴다는데, 향과 맛이 굉장히 강하면서도 좋았다.
오랜만에 새로운 맛을 경험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회사 코앞인데도 너무 인기가 많아서 아무 때나 못 간다는 게 아쉬울 뿐... 다음에 가면 우마미 누들을 먹어 보고 싶은데, 그것까지 먹으려면 종일 굶고 가야 할 듯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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