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5 동대문 BLT 스테이크

지난번에 점심이 괜찮았던 BLT 스테이크에서 스페인 미슐랭 셰프 두 명을 초청한다기에 가 봤다. 메뉴판을 보니 셰프 두 명과 바스크 컬리너리 센터에서 돌아가면서 메뉴를 준비한 듯. 바스크풍 요리인 걸까...? 가격은 와인 3종 페어링해서 무려 22만원... 그래도 스페인은 내 로망이니까.

라벨이 붙은 와인 잔이 준비돼 있었다. 스페인 대사관 행사와 같이 진행하는 모양이라, 웰컴 드링크인 맥주를 마시며 좀 기다려야 했다.

따끈따끈한 식전 팝오버. 이것만도 양이 상당하지만 버터 발라 깨끗이 다 먹음.

첫 번째 와인 엘 꼬또.

다섯 가지 스낵. 위는 사과 푸아와 기름에 요리한 대구 볼살.

스낵은 모두 스페인 현지 재료로 만들었다는 듯. 사과 푸아는 푸아그라 무스 위에 캐러멜을 덮고 사과 조각을 올린 것이었는데 푸아그라답게 맛이 매우 진했다.

이디아사발 그리시니, 수박 상그리아, 돌나물 피클.

이디아사발이라는 치즈를 말아서 그리시니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짭쪼름했다. 돌나물 피클은 간이 너무 강해서 다른 맛을 가리는 느낌...

첫 번째 스타터 앤초비, 포도, 감자 플레이크.

요리의 세계는 어떤지 몰라도 내가 아는 영어 단어 flake의 느낌은 아니라는 생각. 그냥 매시드 포테이토를 바닥에 얇게 깐 느낌이랄까? 하지만 앤초비와 감자, 포도 맛이 아주 잘 어울렸다.

두 번째 스타터 오징어, 시소, 레몬.

시소는 우리나라에서는 차조기라고 하는 풀인 듯. 실 같은데도 맛이 제법 강했다. 고수랑 비슷한 맛. 오징어는 살 부분은 몰캉하고 다리 부분은 바삭해서 식감이 좋았다.

메인에 앞서 두 번째 와인인 마르께스 데 무리에따가 나왔다. 과일 향과 알싸한 맛이 엘 꼬또보다 마음에 들었다.

로스트 대구, 버섯, 쇠고기 브로스.

크림 소스 비슷한 고소한 냄새가 났다. 아래에는 매시드 포테이토가 깔려 있었는데 앤초비 요리와 조금 겹치는 건 아닌가 싶었음. 대구는 거의 투명하다시피 익혔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익힌 게 나은 듯도... 양념 부분이 좀 짰다.

두 번째 메인에 앞서 세 번째 와인, 란 아 마노.

양고기, 시리얼.

마이크를 들고 설명을 해 줬는데 제대로 못 들었다... 시리얼에는 쌀이 들어갔다는 건 확실. 퀴노아와 콩나물 대가리도 들어간 듯? 양고기의 익힌 정도나 냄새는 매우 훌륭했는데 이것도 역시 너무 짰다.

레몬 크림, 파인애플 수플레.

수플레는 계란 흰자와 노른자로 가볍게 구운 케이크라고... 바닐라 맛과 레몬 맛, 파인애플 맛이 그럭저럭 잘 어울렸다.

초콜릿 컬리플라워.

화이트 초콜릿을 입힌 컬리플라워는 의외로 질감이 잘 어울려서 약간 놀람. 역시 무난무난. 의외로 디저트는 과하게 달지는 않았다. 그래도 왠지 혓바닥이 혹사당한 기분이라 커피 부탁했더니 가져다주심.

요리가 대부분 짜고 대사관 행사 때문에 좀 산만해서인지 전반적으로 가격 대비 아쉬웠지만, BLT 스테이크는 올 때마다 서비스에는 감탄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