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9 서초동 태번38

'미국식 프렌치'를 표방하는 서초동 태번38에 가족과 함께 갔다. 모처럼 일의 압박 없이 마음 편하게 즐긴 날...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자그마하고 아늑한 가게였는데, 의외로 시끄러웠다... 메뉴는 5코스짜리 포잉 기획 메뉴로.

주방 모습이 보인다.

테이블에 종이를 깐 센스가 마음에 들었다. 도장도 내 취향!

식전 빵은 담백했고, 올리브 오일이 매우 맛있었다.

그뤼에르 치즈로 그라탕한 세 가지 와인과 꼬냑 향의 38어니언 수프.

얼마 전 갔던 앙드뜨와의 메뉴와 비슷한 콘셉트인데, 훨씬 질이 좋았다. 치즈는 덜 두껍고 양파 수프 맛도 깊다.

에일이 당기던 차라 IPA 주문.

아보카도 퓌레를 곁들인 베이컨 블루치즈 샐러드.

메뉴판에는 '곁들여진'으로 쓰여 있었지만 직업 정신으로 수정. 양배추를 약 2cm 너비로 세로로 잘라 통째로 낸 것이 매우 특이했다. 아보카도 퓌레를 좀 더 듬뿍! 넣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베이컨과 치즈에 만족.

그뤼에르 치즈의 진한 풍미와 트러플 향이 가득한 마카로니 그라탕.

기대도 안 했는데 완전 맛있어서 깜놀. 기름이 찰방찰방하게 차 있긴 했지만... 평소에 먹던 마카로니는 너무 푹 익힌 거였다... 마카로니와 버섯의 씹히는 맛이 일품. 너무 기름지고 짜다는 이유로 호불호가 갈리긴 했다.

갈릭 아이올리와 함께 즐기는 바삭한 마늘 프렌치 프라이와 트러플 향의 프렌치 프라이.

아이올리(Aioli)는 마늘, 올리브 오일, 계란 노른자, 레몬 즙으로 만드는 소스라고. 감자튀김이 가장 덜 기름졌던 듯도... 코너스톤 감자튀김과 견줄 만했다.

"브레이징한 고소한 한우 차돌양지와 쫀득한 한우 스지, 진한 스파이시 송로버섯 향의 Jus 그리고 소테한 표고버섯 스패츨."

이번에는 메뉴판에 쓰인 대로 적었다. 지금까지는 트러플이었다가 왜 갑자기 송로버섯인가... 스파이시는 왜 발음을 표기했는가... 그리고 왜 jus만 원어 표기했는가... 아무튼 쥐(jus)는 프랑스 요리에서는 즙 자체, 미국 요리에서는 묽은 쇠고기용 소스를 가리킨다고 한다. 슈페츨레(spätzle)는 밀가루에 달걀과 소금을 넣어 만든 반죽을 물에 뚝뚝 떨어뜨려 익히는 요리라고. 일종의 파스타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나름대로 새로웠다.

맛에 일관성을 주기 위해서인지 그뤼에르 치즈나 트러플 향을 반복해서 사용한 것 같다. 역시 '미국식'이라는 말이 붙어서인지 전반적으로 기름지고 짠 느낌... 식당의 특징인지 코스의 특징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