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7 함지박 사거리 플라워 차일드
티몬 딜로 함지박 사거리 근처의 플라워 차일드를 찾았다. 13만원짜리 디너 코스를 7만 8천원에 구매.
기본 세팅. 미리 한 명으로 예약하고 갔는데, 끝까지 맞은편 자리를 치워 주지 않았다.
글라스 와인 한 잔. 작은 병에 따로 담아서 주시는 게 특이했다.
식전 빵과 아뮈즈 부슈인 연필, 지우개, 단풍잎 책갈피.
식전 빵에서 대실망. 직접 구운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고, 따뜻하지도 않았다. 함께 나온 버터도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코스의 콘셉트가 어린 시절 추억이라고 한다. 음식이 나올 때 "우리 셰프 님께서 어릴 적에"로 시작하는 설명을 계속 들어야 했는데, 남의 추억 이야기를 구구절절 듣자니 약간 불편했다.
공책도 여러 번 사용한 것을 그대로 사용했는지, 음식 얼룩이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위생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크래커는 맛이 다채롭고 괜찮았다.
애피타이저, 모네의 정원. 셰프님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 모네 전시회에서 본 그림이 모티프라고 한다. 훈제 학꽁치와 파인애플의 조합이 생각보다 좋았다. 아래 깔린 비스킷은 자꾸 떨어져 나와서 먹기가 조금 불편했다.
토마토 비스크 소스의 딱새우와 새우 면. 딱새우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새우가 탱탱하다기보다 퍽퍽했고, 면도 탄력이 없고 끈끈해서 왜 굳이 면이어야 했는지 의문스러웠다.
애피타이저, 꽃다발. 셰프님이 처음 받은 꽃다발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만두 팬이라 가장 기대가 컸던 요리였다. 유자 리코타 치즈와 훈제 돼지감자 퓌레로 속을 채웠다고 하는데, 질감이 거의 액체에 가까웠다. 유자 향이 없었다면 거의 아무 맛이 없었을 것 같다.
첫 번째 메인, 나의 첫 낚시 여행. 광어에 펜넬 퓌레를 곁들이고 오렌지 사프란 오일 소스로 마무리한 요리라고 한다.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진 건지, 너무 잘 익기만 한 듯해서 살짝 아쉬웠다. 위의 칩은 생김새로 보아서는 당연히 바삭할 줄 알았는데 눅눅.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의외였다.
두 번째 메인, 캠프파이어. 부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내가 비슷한 가격대의 식당에서 기대하는 스테이크에 비해 조금 질기다. 동그란 건 감자 퓌레에 오징어 먹물을 입혀 튀긴 것이라는데, 놀랍게도 겉은 따뜻하고 안은 차가웠다.
첫 번째 디저트, 눈싸움. 패션프루트 머랭으로 만든 껍질에 유자 아이스크림을 넣고 코코넛 파우더를 곁들인 것. 맛의 조합은 괜찮았지만 딱 두드러지는 맛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 디저트, 선물.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든 상자에 담겨 나왔다. 프로모션 페이지의 사진과 너무너무 달라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라즈베리는 냉동 상태에서 바로 꺼낸 듯했다.
미냐르디즈, 엄마의 보석함. 그냥 무난했다.
내가 나도 모르게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던 것이 사실은 그냥 기본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기회였다. 구상이나 맛의 조합 자체는 좋은 듯한데, 조금씩 기대를 벗어나는 부분이 많아서 놀라웠다. 내 기대라는 건 비슷한 가격대의 레스토랑을 다니면서 생긴 건데, 그게 맞는지는 자신이 없다.
새삼 플레이팅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음식 색깔이 전반적으로 밝은 편이었는데 모두 흰 접시에 나오니, 괜히 더 초라해 보이는 효과마저 있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계기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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