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6 라룬비올렛

벼르고 벼르던 프렌치 비스트로 라룬비올렛에 갔다. 역시 발음을 따르자면 '라 륀 비올레뜨',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자면 '라 륀 비올레트' 정도겠지만... 표기법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업체의 공식 표기를 따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블로거는 어쩔 수 없이 공식 이름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곳의 경우 '라룬비올렛'이 공식 한글 표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통용되는 듯.

같이 가려던 일행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혼자 갔다.

7년 동안 내 '나와바리'였던 동교동에 생겼다. 2011년까지 바로 맞은편에 근무했는데 2012년에 생긴 듯... '보랏빛 달'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간판이지만, 서체는 조금 아쉽다. 가게 분위기는 그리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비스트로라는 콘셉트에는 딱인 듯하다.

기본 세팅. 라기올 나이프.

가격이 전반적으로 매우 저렴하다. 글라스 와인은 겨우 7,000원인데 양도 1.5배는 되는 듯. 늘 같은 와인을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천한 와인 경험에 따르면 메를로 느낌이었다. (절대로 믿으시면 안 됩니다.)

아뮈즈 부슈. 미니 타코(?)랑 고르곤졸라 치즈를 얹은 무화과 조림, 구제르.

무려 기본 제공인 듯...? 구제르(gougère)는 치즈를 넣은 슈인데, 새로웠다.

관자 브리지. 비스크 수프와 관자 요리.

메인을 메추리로 정하고 앙트레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이걸 1순위로 추천해 주셨다. 비스크는 내 취향에는 조금 진했다.

퀘일 타란티노.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 메추리 요리다.

다른 것보다도 메추리 사진을 찍고 싶어서-_-; 선택했는데, 소스가 생각보다 너무 까매서 조금 무서웠다... 주문할 때 요걸 골랐더니 맛이 진해서 레드와인과 먹는 게 좋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속은 이런 느낌... 조금 불쌍해 보인다. 돼지고기 소라고 해서 약간은 뻑뻑한 질감을 예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맛이 진하다고 하시기에 간이 강한 건가 싶었는데, 고기 맛이 그야말로 농후하다. 레드와인과 찰떡 궁합인 듯.

디저트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를 주문했더니 2인분이라 양이 많을 것 같다고 1인 디저트를 따로 준비해 주셨다. 레어 치즈케이크, 바닐라 크림과 냉동 과일, 슈. 냉동 과일의 차가운 느낌은 살짝 뜬금없었다. 생과일이었으면 더 좋았을 듯.

둘이 예약했다가 혼자 간 게 조금 미안해서 무리하다시피 주문했는데, 이렇게 먹고도 43,000원이라니 가격 대비 성능은 그야말로 최고인 듯. 수비드 삼겹살 요리와 고등어 파스타 등, 아직도 먹어 보고 싶은 요리가 잔뜩 있으니 간혹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