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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번역사의 실상

  • 2015.11.02 15:35
  • 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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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번역가의 길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 번쯤 정리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글을 써 본다. 프리랜스 번역은 크게 출판 번역, 기술 번역, 영상 번역 세 분야로 나뉘는데 영상 번역 쪽은 내 분야가 아니라서 기술 번역과 출판 번역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기술 번역이라고 하면 자동차, 기계나 특허 번역 등이 떠오르지만 반드시 '기술 분야'의 번역만 하는 건 아니고, 기업 내부 교육 자료나 웹 페이지 내용, 마케팅 자료 등을 번역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술 번역에서도 우리말을 자연스럽게 만지는 기술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일을 받을 수 있는가?


기술 번역의 경우 번역 회사의 번역가 모집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보내면 테스트 기회를 준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고 단가를 협의하면 일을 받을 수 있다. 나도 처음 프리랜스 번역을 시작한 2009년 이후로 셀 수도 없이 테스트를 치렀는데, 분량은 대체로 300단어 내외이고 테스트에 대해서는 번역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간혹 테스트를 통과하고 단가 협의가 끝나더라도 프리랜서 등록만 하고 일을 주지 않는 곳이 있긴 하다. 굳이 물어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단가가 다른 프리랜서에 비해 높다든가 해서가 아닐까 싶다.

출판 번역의 경우 출판 에이전시를 통하는 방법도 있고 출판사에서 직접 받는 방법도 있는데, 출판사는 알음알음으로 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거래를 트기가 쉽지 않다. 출판 에이전시의 경우 단가가 매우 낮고 계약서도 불리한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불리한 조항의 대표적인 예는 계약금이 없거나, 책이 출간되고 몇 개월 후에 번역료를 지급하는 것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번역 원고를 넘긴 후 3년이 지나서 돈을 받아 본 적도 있다...

번역 회사는 가끔 채용 사이트에서 구인을 하니, 채용 사이트에 키워드를 등록해 두고 뉴스레터를 받아 보면 지원할 만한 회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일이 익숙해지면 거래처를 서너 군데씩 유지하면서 작업할 수 있고, 그러면 어느 정도 일정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돈은 얼마나 버는가?


직장인은 일이 없거나 일이 안 잡히면 시간만 채워도 월급을 받을 수 있지만, 프리랜서는 정말 하는 만큼만 매우 정직하게 돈을 번다. 그래서 진짜로 '자기 하기 나름'이다.

기술 번역의 경우 단가가 영한의 경우 단어당, 한영의 경우 자당으로 책정된다. (한영도 간혹 단어당으로 치는 곳도 있긴 하다.) 영한 번역은 시작 단가가 단어당 30원 정도다. 한영 번역은 안 한 지 한참 돼서 최소 단가를 잘 모르겠다...

출판 번역의 경우 아직도 원고지 단위로 계산하는 곳이 많은데, 아래아 한글의 문서 통계를 보면 원고지 매수를 알 수 있다. 자신은 없지만 원고지 매당 3,000원 정도가 최소 단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술이든 출판이든 내가 버는 돈은 [단가*작업량]이 되기 때문에 단가를 높이거나 작업량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단가는 높이기가 쉽지 않고 무한정 높일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은 작업량을 늘려야 한다. 작업량을 늘린다고 노예처럼 일만 할 수는 없으니 관건은 속도다! 그러니까 프리랜서 번역가를 하겠다고 덜컥 일을 그만두기 전에, 자기가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처리할 수 있는지 대충 파악하는 것이 좋다. 물론 경력이 쌓이다 보면 속도도 늘기는 하지만, 주위를 보면 이것이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듯하니... [시간당 작업량*단가]를 계산해서 그 결과가 직장 다닐 경우의 시급을 넘으면 나름 효율적으로 돈을 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일이 그만큼 들어오느냐도 문제긴 한데, 실력만 있다면 이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본다. 나도 일감이 떨어지지는 않겠다는 자신이 생기는 데 5년 걸리긴 했지만... 이제 일이 없어서 고민일 때는 거의 없고, 어떤 달은 거절하는 일이 수락하는 일보다 더 많을 만큼 일이 쏟아지기도 한다. 가끔 지인들과 하루에 5,000단어 정도만 번역하면서 느긋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기술 번역의 경우 괜찮은 회사라면 이번 달 작업분을 다음 달 말에 결제해 주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이다. 출판 번역은 계약서를 작성하기에 따라 제각각이고, 출간 후 몇 개월 내에 지급받기로 계약하는 경우에는 정말 기약이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거래처 두세 군데와 꾸준히 작업하면 생각보다 일정한 수입이 다달이 들어온다.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사실 전업 프리랜서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남는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까지는 똑같으니까.

일을 하다 보면 한 시간에 할 수 있는 분량이 감이 잡힌다. 요것이 신기한 것이... 분야와 난이도에 따라 걸리는 시간에 분명 차이가 있는데도 평균 작업량에 대한 감이 생기고, 그 감대로 일을 받으면 웬만하면 많이 빗나가지 않는다. 나는 직장인인지라 평일과 주말 작업량에 차이가 있는데, 각 거래처에는 내가 진짜 전력을 다할 때 할 수 있는 총량보다 조금씩 줄여서 이야기했다. 그러면 총량이 꽉 차서 무리하게 일하는 경우도 잘 생기지 않고, 몇 군데에서 동시에 일이 들어오는 경우에도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

일일 처리량이 전업 프리랜서보다 적어서인지 '진짜 기술' 번역을 안 해서인지 작업 호흡이 짧은 편(이틀, 사흘 단위가 대부분이고 길어야 일주일)이고 그래서 스트레스가 좀 있는 편인데, 몇 주나 몇 달 단위의 긴 작업인 경우에는 그 안에서 하루 이틀 정도 일정을 조절하는 건 가능하다. 어쨌든 직장인처럼 규칙적으로 시간을 내서 뭔가 배우거나 하기는 매우 힘든 것은 사실이다. 회사 다니면서 할 동안은 어차피 불가능하지만, 전업 프리랜서를 한다면 '직장인처럼 규칙적으로 일하기'에 도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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